어느 해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전거와 교감을 나누는 라이더들은 겨울을 매우 싫어한다.
바로 비시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출족은 활동을 멈추고 동면에 들어가는 라이더들과는 반대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은 한겨울에도 교통비를 아끼자고 구입한 자전거로 매일같이 경쟁하는 사회의 전선으로 뛰어 든다.
간혹 교통비를 아끼자고 몇년치 교통비로 고급진 자전거를 구입하여 자기 함정에 빠지는 생계형 라이더들도 존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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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그중에 한 사람이 되었다.
TRIGON Darkness RS 2016년 모델
< 출처 : 코메트바이시클 >
생계형 라이더가 갖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자전거를 살수 있도록 허락해준 와이프에게 앞으로 더욱 충성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매우 기쁘기 그지 없다.
난 아직도 그때의 두군거렸던 내 심장의 박동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난 그때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때는 2016년 2월 20일.
박스에 써있는 TRIGON. 2015년도에 ‘가성비 끝판왕’으로 라이더들을 설레이게 했던 제품이다. 사진에서도 보이다시피 후광이 장난이 아니다.
RS 제품 박스를 보자 심장이 온몸으로 쫙쫙 피를 보내는 것이 느껴져 현기증을 일으킬 즈음,
드디어 미캐닉 분께서 개봉을 했다.
“아~~~~~” 내 입이 제어되지 않고 감탄사가 튀어 나오고야 말았다.
인터넷에서만 보던 레이싱걸을 육안으로 직접 목격하는 기분이랄까….
잠시 내 두뇌가 프리징 현상을 일으켰지만 여기서 감탄사만 내지를 수는 없다. 하나도 빠짐 없이 내 머리속에 저장을 해야 한다.
미캐닉의 다음 행동을 유심히 관찰 한다.
앞바퀴를 장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착하기 전 미캐닉 분께 잠시 바퀴 무게를 느껴봐도 되겠냐고 물었고 내 손에 그것이 얹혀졌을 때 난 놀라고야 말았다.
‘ 이런 솜털 같은 가벼움은 어디에서도 느껴본 적이 없었어!!!! ‘
점점 정신이 희미해져 가고 내 몸에 있는 1억개 이상의 땀구멍에서 수분을 분사한다. 이번에는 내 두뇌가 잘못된 연산을 수행하는 것 같았다.
포장을 뜯고 포크와 스탬을 연결하여 핸들바의 제자리를 찾게 되자 제법 자전거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난 이때 이미 넋이 나가 게거품을 물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의 반은 선산욱 대리가 찍었다.
이제 안장과 핸들바 테잎만 감으면 내 것이 된다. 드디어 내가 저 위에 앉아 맘대로 페달을 밟아 볼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피팅 시간을 포함하여 약 2시간 가량을 샾에서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난 그 시간이 결코 길지가 않았다.
정신을 차린 후 금액을 지불하고 차에 자전거 캐리어를 장착하여 나의 새 애마를 실었다. 냉큼냉큼.
그리고 원래 있던 자전거에 장착된 각종 컴퍼넌트를 제거하고 닦고 기름칠해 새 자전거에 달았다.
다음날 내 직장 동료들에게 자랑할 생각을 하니 너무 기쁘다. 그래서 냉큼 잠자리에 들었다.
<에필로그>
회사가 판교에 있어 겨울에도 무리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성남시민과는 달리 난 태재벽을 넘어야 집에 갈 수 있는 광주시민이다.
하지만 나에겐 기변한 자전거가 있어 히말라야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극에 달해 있다.
기변한 자전거는 무게가 무려 7.8kg 정도로 가볍다. 날씨 또한 춥지 않다.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 그래서 난 태재벽을 새로운 기록으로 넘어보고자 했다.
<스트라바 어플>
새로운 자전거, 새로운 목표, 따뜻한 날씨 3박자가 제대로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매우매우 공교롭다.
‘태재고개 숏 업힐’ 작년 베스트인 2분 14초보다 1분 이상이 더 늦다. 또한 퇴근길 전체 기록이 10분이 차이가 난다.
비시즌을 술로 단련한 덕에 올해는 시작부터 괴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