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란 수학적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어떠한 의미가 있는 문자열을 의미 없는 문자열로 바꾸는 작업을 뜻하며 이것은 곧 재화적 가치가 있는 데이터를 이해할 수 없는 문자의 나열로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암호화 이용 사례는 전재 중에 군사와 정부 혹은 그 이외의 협력자 간에 대화를 적군이 이해하지 못하도록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최근에 와서야 수많은 종류의 개인 정보를 해커 및 악의적인 사용자로부터 보호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암호화 탄생의 배경에는 잔혹하고 타협이 없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에 기인하고 있다.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수 많은 왕과 영주들은 효율적인 통신 수단에 의존해서 정보를 전달해왔다.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까마귀(Crow, 존 스노우가 아니다)가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신 수단을 사용함으로써 비밀스럽게 전달해야 하는 내용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은 사용자에게 심각한 걱정을 안겨주었다.
그러한 우려 탓에 외부로 노출되면 안되는 중요한 정보는 반드시 직접 만나서 전달하였다. 이러한 만남은 아직까지도 일부 국가에서 유효하게 이용되고 있으나 그 목적이 정보의 보호가 아닌 전통적 행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반드시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는 정보의 전달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암호 방식이 만들어졌다. 그 중 카이사르 암호는 대표적인 치환 암호 방식으로 로마 제국의 줄리어스 시저(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원 후 2세기경에 세토니우스가 시저의 생애라는 책에서 “시저가 키케로나 친지들에게 비밀리에 편지를 보내고자 할 때 사용한 암호가 있다. 시저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문자들을 다른 문자들로 치환하였다. 다른 사람이 암호를 풀어 내용을 파악하려면 각 문자대신 알파벳 순서로 보았을 때 그 문자부터 시작하여 4번째 앞에 오는 문자로, 즉 예를 들어 D는 A로 바꾸어야 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카이사르 암호는 암호화 대상 문자열(라틴어 혹은 그리스어, 즉 알파벳)을 일정한 문자 수 만큼 평행 이동 시키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SMILESERV’를 카이사르 암호화를 적용하여 4글자씩 밀어 치환하면 ‘WQMPIWIVA’가 된다.
카이사르 암호화는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단순해보이지만, 기원전 1세기경에는 매우 효과적인 암호 방식이었다. 계략과 모략이 활개치던 고대 로마 제국에서 줄리어스 시저가 정치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 암호화였을 것이다. 그 덕분일까? 그는 결코 황제가 된 적이 없었지만, 그의 이름은 영원히 황제를 뜻하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암호가 안전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보관해 왔던 것은 아니였다. 1918년 독일인 아르투르 슈르비우스에 의해 처음 고안되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되다가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 독일이 군기밀을 암호화하는 데 사용한 에니그마는 26개의 홈(원소)을 가진 3개의 회전자(rotor)가 들어가 있어 암호를 생성할 때마다 규칙이 다르고 또한 그 규칙의 경우의 수가 17,576(26x26x26)가지이며 더욱이 회전자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서로 자리를 바꿀 수가 있어(가능한 위치의 조합은 6가지) 암호의 복잡도가 매우 높은 장치였다.
에니그마의 복잡성을 계산하면 회전자의 위치 선정으로 6가지의 경우의 수와 회전자의 처음 위치를 어디로 할지의 26x26x26의 가짓수, 거기에다가 회전 자들의 임의 변경(Ringstellung)을 통한 경우의수 26x26x26로, 총 6x26x26x26x26x26x26 = 1,853,494,656의 암호 조합이 가능하다.
악마의 기계라고도 불린 에니그마의 가공할 암호 조합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에니그마 해독에 인생을 바친 사람들도 있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암호학자인 앨런 튜링은 1939년 9월 4일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후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하는 Hut 8의 책임자가 되어 폴란드 정보부에서 제작한 에니그마 해독기 ‘Bomby’를 개선한 ‘The Bombe’를 개발하여 에니그마 암호의 해독에 성공했다.
앨런 튜링의 에니그마 암호의 해독은 제2차 세계 대전의 종전을 2년이상 앞당기고 1,400만 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인생과 에니그마 해독 과정이 궁금하다면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을 추천한다.
이처럼 암호의 역사는 암호를 만드는 사람들과 이를 해독하려는 사람들이 수백 년에 걸쳐 벌여온 전쟁의 역사로 지성을 무기로 한 이 군비 경쟁은 이처럼 역사에 극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 경로를 바꿔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