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나빠 주머니가 고생한 -오클리 죠브레이커 구매 후기

| 2018년 4월 11일 | 0 Comments

자덕(자전거 덕후)은 브랜드에 민감하다.
온갖 유명 고급 브랜드를 치장하고 시속 40키로를 넘나드는 속도로 달리는 로드레이서를 보면
왠지 모르게 장비빨 같으면서도 ‘난 언제쯤…’ 하는 마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미지옥(제때 지름신이 강림해 주머니가 얇팍해지는 현상)에 빠진다.

때는 2016년도 어느날,
오클리 죠브레이커(스포츠의 피가 흐르는 분들이라면 모를리 없는)를 싸게 사는 방법을
소개한 블로거를 통해 쨥브레이커의 존재를 알아버리고
세상을 다 가진듯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결제해 버렸다.
그것이 태생이 다른 죠브레이커와의 첫만남이었다.

그렇게 약 2년 가량을 라이딩, 등산, 밭일에서 정품 못지 않은 퀄리티로 내 스타일을 한껏 뽐내줬다.
그렇지만 역시 이미테이션 명성답게 슬슬 하자가 생기기 시작했고, 고글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2018년 벗꽃이 흐드러치게 핀 봄날,
이탈리아 인터넷 쇼핑몰인 로드건에서 정품 죠브레이커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는 소문을 듣고
사이트에 접속했다. https://www.lordgunbicycles.co.uk/

로드건 첫페이지부터 나의 심박수를 증가 시켰다. 내가 좋아하는 컬러(노랑과 검정 조합)가 사이트에 배경이 되어
자덕이라면 눈돌아갈 제품들이 ‘어서와 명품관은 처음이지?’ 라는 메시지를 던지는거 같았다.

구글링을 통해 익힌 대로 죠브레이커 영입의 절차를 밟았다.
사이트에서 정신 못차리게 하는건 로드건의 영업 방식일까?
£? 그딴거 몰라!

사실 이때부터 뭔가가 꼬였다.
사이트의 화폐 단위를 달러로 변경한다는 것을 깜빡하고 102불로 착각해 카드로 결제 했고,
취소 처리 안된다는 이메일을 받고나서야 금액을 확인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환율로 계산하면 약 18만원.
” 그래 한국보다 약 50% 할인된 금액으로 사면 된거야.. “

눈만 감으면 생각나는 예상 못한 총알 지출에 잠시 자괴감에 빠지긴 했지만
정품 죠브를 영입했다는 생각에 자괴감은 금세 가시곤 했다.

주문한 그 다음날,
Fedex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제품 구매 금액이 환율 적용 했을때 150불 이상이라 세금이 붙는다는 것이다.
예상 세금은 2~3만원.
Fedex 운송비 포함하년 결국 2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구매한 셈.
12만원대 구매한다고 좋다고 직장 동료들에게 자랑질한 생각만하면 자다가도 이불킥이다.

Fedex는 사후납부통관 정책으로 납세 전 배송을 해준다.
우여곡절 중에 정품 죠브가 내손에 들어왔다.
포장이 뜯어져 있어 기분이 안좋았지만 내용물은 아무 문제 없었다.

세금이 문제다. 난 이제 모든걸 채념했고, 우리집 재무부장관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할까하는 고민에 빠졌다.
용돈 없고, 비자금 없는 나에겐 관세 부과금은 사실 부담이었다.
돈이 필요했고, 기억 속에 지웠던 통장을 하나 찾았다.
그 통장엔 예금으로 적립됐던 이자가 약 5여만원이 있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고 했던가.
우주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관세를 지불할 수 있었다.

오늘도 죠브를 보며 흐뭇해 했고,
물건 받은 당일 축하하며 한마디 던진 직원의 말이 아직도 떠오른다.
“짭이랑 똑같네”

-끝-

Category: 스마일스토리

김 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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