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을 앞두고 있는 어느 늦가을
이미 다른색으로 변해버린 나뭇잎이 길거리에 우수수 떨어져있다.
남자에겐 가을이란? 글쎄.. 때론 곁에 동료가 있어도 쓸쓸하다라 할까….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가 시작되고 난 버스에 몸을 실어 의무적으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린다.
고개를 숙여 이어폰에서 흐르는 노래에 귀를 귀울여 나만의 세계에 젖어있다가 문득 고개를 한번 들어본다.
하늘은 파랗고 솔잎은 여전히 생기가 넘치고 단풍은 알록달록하다.
“출근입니다.”
출근기록장비에서 흘러나오는 여자사람의 음성이 매우 반갑다. 왜냐하면 난 지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위해 PC 전원을 켜고 회사 페이지를 띄운다.
평소와 다른 공지사항이 눈에 들어와 자세히 보니 [이벤트] 영화 관람. 내용인 즉 가족 및 지인 또는 임직원과 함께 영화를 보고 호프 한잔 하면 인당 2만원씩 지급한단다.
먼저 공지를 본 손명수 과장이 나에게 조인을 시도한다. 난 허락한다.(쉬운 남자니까)
그리고 두명을 더 섭외하여 총 4명이 영화를 보기로 결정을 했다.
육아에 신경쓰느라 영화관을 꿈도 못꿨는데 오랜만에 문화생활이었다.(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설렘이나 기대 따위는 아직 없었다.)
모두의 의견을 반영하여 서현 메가박스 영화관에서 18:25분에 상영하는 ‘럭키 LUCK-KEY’를 보기로 결정했다.
칼퇴를 하고 4명이 모두 모여 택시를 잡아타고 쏜살같이 영화관으로 달렸다.
퇴근길이라 차가막혔지만 겨우 상영시간에 맞춰 입장할 수 있었다.
여유없이 상영관에 들어와 착석한 가을 남자는 피로와 허기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듯 조명이 꺼지며 정적이 흘렀다. 그때 이놈의 배는 밥달라는 독촉의 소음을 내지른다.(분위기 파악못하는 이놈의 배야~ 덩치값좀 하자.)
‘그 사나이’ 라는 오프닝 곡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고 경쾌한 노래에 빠져드니 배고픔도 서서히 잊혀져 갔다.
코메디와 멜로를 오가는유해진 씨 명연기에 집중한 나머지 2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가 매우 짧게만 느껴졌다.
관람평을 얘기하자면 재미 있었다. 재미도 있었지만 옆에 앉아있던 김진재 사원과 웃고 영화보는 중간에 얘기도 나누며 따뜻한 시간을 보낸 것이 좋았다.
(영화가 끝나고 1층 티켓창구에서 서성이는 남자를 붙잡아 사진을 부탁했다)
이 기분을 연장하기 위해 우린 근처 실내 포차로 향했다. 선산욱 대리가 해물떡볶이와 치킨스튜를 주문했다.
술안주 주문하는 센스를 지적하고 영화 썰을 풀고 있으니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사실 나도 나온 안주 꼬라지가 맘에 안든다고 생각할 무렵 현실 타협이 빠른 손명수 과장이 떡볶이와 스튜를 섞어 국물을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먹어보란다.
맛을 보았다. 스튜에 적절한 느끼함이 허기진 위를 감싸 달래주고 치즈와 혼합된 떡볶이는 쫀득하고 고소하고 달달한 식감을 주며 얼큰함이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 했다.
오? 생각보다 맛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너무 맛이 좋았다. 4명은 앞다퉈 입맛에 맞게 제조하여 말없이 퍼먹었다.
그리고 순삭당한 안주를 뒤이어 오돌뼈와 소주로 마무리를 했다.
늦가을에 나에게 영화를 보자고 한 동료들과 공허함을 달랠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준 회사에 감사의 마음을 느끼며 글을 마친다.